3년 전 자폐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가슴 따듯한 내용을 전해주었던 “증인”이라는 영화가 있다. 김향기라는 배우가 연기를 너무도 잘 했고 정우성 배우 역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마음으로 하는 연기를 펼침으로써 그해 남우주연상을 휩쓰는 성과를 얻었다.
나 역시 이 영화를 매우 감동적으로 보았고, 김향기라는 배우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계기가 되었었다.
이렇듯 그동안 자폐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감동 드라마와 영화들이 많이? 있었었다.
영화에서는 대표적으로 헐리웃의 ‘레인맨’이 있고 한국에서는 서두에 밝힌 ‘증인’이 있으며, 드라마에서도 2013년에 방영된 ‘굿닥터’가 있다. 그리고 내 아주 오래된 기억속에 KBS 드라마에서 자폐아가 등장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남자아이가 이발소 앞에 설치된 회전등을 바라보며 그 돌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암튼 해외에서든, 한국에서든 자폐인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꽤 감동적이고 의미심장한 내용들이었다. 아무래도 사람들과 원활하게 대화로 의사소통하지 못하는 그들의 내면을 담아내고, 또 한편으로는 일반인들보다 뛰어난 그들만의 특별한 능력에 대해 드라마틱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또다른 드라마에서 너무도 사랑스러운 자폐성향의 주인공이 등장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다름 아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중 ‘아스퍼거증후군’에 해당되는 인물이라고 한다. 아스퍼거증후군은 일반적인 자폐증과 유사하지만 자폐장애는 아니며(고기능 자폐증에 해당), 지속적인 사회관계 형성에 장애가 있고, 제한되고 정형화된 유형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자폐증(자폐장애)과 유사하기에 우영우 역시 극중에서 특정 단어나 행동을 반복하며 타인과 의사소통할 때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언어능력이나 지능발달의 지연이 덜한 경우이기에 사람들과 어느 정도 어울릴 수가 있다.
사실 우영우는 극중에서 변호사로 나오며 아이큐가 무려 160이 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어 ‘아스퍼거증후군’이라기보다는 ‘서번트증후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서번트증후군은 사회성이 떨어지고 의사소통 능력이 낮으며 반복적인 행동 등을 보이는 여러 뇌 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특정한 부분에서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지는 증후군이기 때문이다. 과거 굿닥터에서 주원이 연기했던 인물도 바로 서번트증후군이었다.
물론 드라마이기에 지나치게 의학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어쨌든 오늘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정리하다 보니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암튼 자폐증상이 있다 할지라도 증상에 따라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고 특정분야에서 놀라운 능력까지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사실인 거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과거에 심리학 서적으로 만났던 자폐아동 이야기나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드라마틱하게 그려진 자폐인들을 보며 왠지 그들에게 숨겨진 능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런 능력들이 개발될 수 있도록 그들을 잘 케어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닌데 어찌보면 한편으론 환상과도 같은 생각이었다. 실제 자폐아의 80퍼센트 이상은 지적장애를 앓고 있고 서번트증후군의 경우도 특별한 영역에서 일반인에 비해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초월적인 천재의 모습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기존에 생각했던 바를 일종의 환상이라고 말한 것이다.
사실 나도 잘 모르는 것은 그래도 자폐증상이 지나치지 않고 어느 정도 사회화가 가능하며 심지어 특정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이들의 사회참여율이 어떤지에 대한 것이다.
드라마 굿닥터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가 실제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기는 한 걸까? 실제 그런 사례들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사실 그런 사례들이 있다면 충분히 다른 자폐를 앓는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건넬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다큐가 아닌 이상 가공되어지고 극적으로 연출되는 부분이 많기에 실제 그들의 모습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사람들에게 소외되기 쉬운 그들의 이야기를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고 평소 우리가 잘 몰랐던 그들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기서 작은 위안을 얻는다.
부디 그들의 세계가 조금이나마 더 확장되고 그들이 지닌 특별한 능력들이 이 사회에서 소중하게 쓰임 받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해 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관련 기사
“영화 ‘증인’ 소녀가 커서 ‘우영우’가 되었습니다”
드라마 ‘우영우’ 문지원 작가, 3년전 영화선 자폐 소녀 다뤄 지난 21일 방송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8화는 분당 최고 시청률 16.8%를 기록했다. 이날 평균 시청률은 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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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해...
-일반적인 자폐증(자폐 장애): 해당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고기능 자폐증(아스퍼거 증후군, 서번트 증후군 일부) : 사회화 부족과 제한적 관심사 등 일부 증상을 보이나 언어능력이나 지능 발달에 지연이 적다.
-아동기 붕괴성 장애: 만 2세경까지 정상적으로 발달하다가 이후 발달이 거의 멈추고 퇴행을 보인다. 정도가 심한 자폐 스펙트럼으로 여겨진다.
-기타(PDD-NOS): 대체로 자폐증의 특징을 보이나 진단기준은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를 총칭한다.
**참고**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症候群)
자폐증과 유사한, 소아에서 나타나는 장애. 남아에 많으며, 지속적인 사회관계 형성에 장애가 있고, 제한되고 정형화된 유형의 행동을 보인다.
-서번트 증후군(Savan syndrome)은 자폐증 등의 뇌 기능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의사소통, 언어, 지능적 측면에서는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으며, 비장애인과는 다른 천재성을 동시에 갖는 현상이나 사람을 말한다. 일반인과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질병으로 인식되지 못하기도 한다. 사례에 따라서는 고기능 자폐의 일종으로 간주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