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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회피'가 아니라 '직면'이었다. 처절한 고통과의 '대면'이었다. 그 뿌리깊은 아픔과 만나 내 고통소리를 울며 토해냈을 때 비로소 나의 상처는 조금씩조금씩 아물고 상처 위에 성숙이라는 딱지가 앉기 시작했다.
지금도 고통 가운데 있는 모든이들에게 이 시를 선물한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동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가랴
가기로 목숨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밑동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고 고통에게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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