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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13.
추천시-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회피'가 아니라 '직면'이었다. 처절한 고통과의 '대면'이었다. 그 뿌리깊은 아픔과 만나 내 고통소리를 울며 토해냈을 때 비로소 나의 상처는 조금씩조금씩 아물고 상처 위에 성숙이라는 딱지가 앉기 시작했다. 지금도 고통 가운데 있는 모든이들에게 이 시를 선물한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동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가랴 가기로 목숨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
인카네이션/story
2011. 11. 12.
고시원 연가
어제 빼빼로데이가 여기 고시원에 들어온 지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생각해보니 한 달이 정말 훌쩍 지나갔다.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한 달 정도만 짧게 있다 다른 곳으로 이사할 것이라 했는데 나는 다시금 한 달을 계약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더 좋은 공간으로 옮기고 싶어 고시원 주인 아저씨께 "혹시 창문 난 방 비어 있어요?"하고 물으니 아저씨는 아주 반갑다는 목소리로 "내일 나~" 이러셨다. 그날이 오늘이었다. 오후 디자인 학원 수업을 마치고 고시원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짐을 옮겼다. 짐이라고 해봤자 옷가지와 서류, 생활용품들이다. 10여 분 만에 다 옮기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른쪽에 창문이 나 있는 이곳은 창문 너머 교회가 있고 교회 옆 골목으로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풍경도 보인다. 내일 교회..
인카네이션/story
2011. 11. 9.
애정남
시훈은 오늘 기분이 많이 들떠 있었다. 미팅녀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전화로 연락해 드디어 만나기로 한 거였다. 장소는 신림동, 서울대 근처였다. 아침부터 시운은 옷맵시와 머리스타일에 나름 신경을 쓰고 사무실로 나왔다. 사무실로 들어오기 전 시훈은 반납기한이 지난 책을 가지고 도서관을 찾았다가 대출도서관이 다른곳임을 알고 뒷통수를 긁적이며 동네로 되돌아왔다. 그리곤 일주일 접질런 발목에 침을 맞기 위해 한의원을 찾았는데 손님들이 너무 많아 그곳에서 두 시간을 소비하고말았다. 그러고 사무실에 들어서니 관리자가 팩스왔다고 귀뜸해준다. 어제 주문들어왔던 인터넷 서점의 재주문이었다. 기쁘고 반가운 일이었다. 시훈은 오전에 이미 대형서점 주문건 처리하고 오는 중이었는데 책이 나름 잘 나가고 있어 기..
인카네이션/story
2011. 11. 6.
고시원 일기
세 시가 넘은 깊은 새벽녘 반사적으로 눈이 띄어졌다. 무언가 내 주변에서 들려오는 인기척 소리에 예민한 신경이 반응한 것이었다. 나는 한동안 한 중년의 남자와 20대 초반 아가씨의 대화소리를 어쩔수없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누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던데 혹시 아저씨가 그러셨어요? 지금 불켜진 방은 거기밖에 없던데..." "아니야, 아니야. 그것 때문에 놀랐구나. 지금 몇살이야?" "스무살이요" "우와 우리 딸이 스물셋인데 아가씨는 스무살이네 우와" 비몽사몽간이었지만 둘의 대화는 바로 문앞에서 이루어지는 터라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속으로 '내가 혹시 잠꼬대로 소리를 질렀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다가 꿈자리가 사나우면 종종 잠꼬대로 고함을 치곤했던 아인지라 혹시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인카네이션/단행본
2011. 11. 2.
군 상담관이 들려주는 장병들의 고민 스토리 -신간 관련 기사(일요신문)
군 상담관이 들려주는 장병들의 고민 스토리 동성애 병사 “그 간부만 보면 흥분돼요…” [1016호] 2011년 11월 02일 (수) 13:35:07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지난 10월 16일 광주에서는 한 장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자살이었다. 김 아무개 일병은 외박을 나온 틈을 이용해 인근 학교 숙직실 앞에서 운동화 끈으로 자신의 목을 맸다. 아직 사건은 헌병대에서 조사 중이다. 자살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병영생활 내 어떤 문제가 김 일병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실 군 장병들의 부적응과 자살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명하복의 억압된 병영문화와 요즘 세대들의 자유분방함은 지극히 상반된 성격이 아닐 수 없다. 장병들의 자살문제는 계속 반복되고 있..
인카네이션/story
2011. 11. 1.
동문 개척교회 목사님과의 만남
월요일 새롭게 한 주가 시작되는 하루. 나는 바쁘게 일상을 시작하기보다는 다소 여유로운 마음으로 도서관행을 택했다. 예약제로 되어 있는 사무실 예약이 되지 않은 관계로 도서관행을 일찌감치 택한 것이었다. 고시원을 나서는데 일기예보대로 화창한 가을날씨였다. 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이 감도는 푸근한 날씨였다. 도서관은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을 땐 그냥 걷는다. 사실 전날 평소 먹는 약을 먹지 않아서 몸상태가 어떨까 잠시 걱정했었는데 생각과 달리 컨디션이 무척 좋았다. 푸근한 날씨탓에 몸도 한층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도서관 멀티미디어실에 자리를 잡고 사무실에서 봐야 될 업무를 대신 봤다. 책 홍보를 하고 이리저리 컴퓨터로 해야 될 일들을 정리하고... 나름 업무를 마치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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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1.
=문학 인재발굴프로젝트, '인카네이션 글쓰기아카데미'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수치화된 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능력과 가능성들을 평가해 왔습니다. 10대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 으레 지능검사(IQ)를 통해 개인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성적순으로 매겨진 내신등급을 통해 지망할 대학과 학교를 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수치화되고 등급화된 교육사회는 곧 치열한 입시경쟁을 만들었고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또 한번 스펙쌓기란 홍역을 치르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고 앞으로도 급속도로 변해갈 것입니다. 교육계에서는 매년 새로운 입시제도를 내놓지만 아직도 근본적 체질은 변화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지금 사회는 스포츠계의 김연아나 박태환 선수처럼 자기분야에서 세계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두각을 나타내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대학에서는 서열화가 심하고..
인카네이션/단행본
2011. 10. 27.
‘이대론 군생활 못하겠어요’ 기사보도(시사우리신문)
군상담관이 들려주는 20대 장병 고민 스토리 ‘이대론 군생활 못하겠어요’ 출간 최진경 기자 올해는 강화도 해병대 총기사건에서부터 연이은 장병들의 사건사고들이 이어진 해였다. 과연 그들이 그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이끈 심리적 정황들은 무엇이었을까? 폐쇄적인 군환경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갖고 이해해야 될 시기가 되었다는 여론이 일어나면서 최근 도서출판 인카네이션의 상담심리학 임프린트인 맘앤맘에서는 20대 장병들의 고민스토리를 다룬 ‘이대론 군생활 못하겠어요’(정택수 저, 11,800원)를 발간했다. ▲ 군 상담관이 들려주는 20대 장병 고민 스토리, '이대론 군생활 못하겠어요' ©최진경 기자 기사입력: 2011/10/25 [13:44] 최종편집: ⓒ 시사우리신문 ‘이대론 군생활 못하겠어요’에는 20여 년간 현..
인카네이션/story
2011. 10. 24.
'박제'가 된 한 청년
'해피데이' 이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났다. 순간 멍했다. 허공에 손사래질을하며 기억을 더듬었는데도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단기기억상실'이라고 해야 할까? 잠시 멍청해진 기분이었다. 이 나이에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면 위험한데 덜컥 겁이 난다. 이런 내 기억력을 위해 나는 예전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물론 메모가 되기에 가능한 것들이 많고 젊은 사람도 건망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는데 어느날 내가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데 순간 몇 초간 멍해진다면...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대학원에서 어떤 강사분은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뇌가 활성화되고 있는 증거라 했다. 금세 잊어버려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뇌공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