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5일 공휴일부터 이어지는 징검다리 휴일을 이용해 강원도로 여름여행을 떠났다. 7월에 이미 여름휴가 계획을 세웠었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휴가 피크가 지나 인파가 다소 한산해진 날에 가려고 이때를 휴가일로 정한 것이었다. 물론 정작 강원도 여행은 평일인 16, 17일로 정했다.
원래 강원도에 사는 지인에게 가이드를 요청할 계획이었는데 8월달 휴가일이 점점 다가올즈음 전화를 걸어보니 갑자기 연락두절 상태로 변해 있었다. 재차 시도를 해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급한 대로 나는 홀로 여행 떠나기를 포기하고 평소 알고 지내는 형과 동행하기로 하고 여행장소도 비즈니스 인맥사이트인 '링크나우(Linknow)'를 통해 온라인상으로만 알고 지내던 분을 통해 '횡성'으로 정하고 급히 전화로 숙소를 예약했다.
처음에는 리조트 콘도 쿠폰도 활용해 보려 했지만 성수기라 이주에는 예약이 힘들다고 해 급히 링크나우를 이용하게 된 것이었다. 다행히 횡성에는 여유 숙소가 있었고 가격도 저렴하여 기쁘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여행채비 돌입에 들어갔다.
동행하기로 한 형은 온라인 동호회를 통해 꽤오래 알고지내는 사람으로 처음 만났을 때 이 형 나이가 서른이었는데 지금은 마흔이 되었다. 금세 10년이 훌쩍 흐른 것이다. 형도 현재 공무원 휴직 상태라 나의 여행제안에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우리는 15일 광복절을 쉬고 16일 목요일에 부산에서 만나서 여행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고 이것저것 먹거리와 필요물품들을 사서 형 승용차로 출발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나는 당일 아침 9시 반 아파트 셔틀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부산가는 버스는 곧 있어 부산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나는 먼저 병원에 들렀다 형을 기다렸다. 형 역시 내가 있는 쪽으로 오는 중이었고 곧 둘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러다 형에게 전화가 왔는데 형 왈 "중간에 휴게소에서 점심 먹고 왔다."고... 대략난감 형은 이런적이 여러번 있어 애써 화내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좋은 기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주변에 좋은 식당이 있는지를 탐색했는데 마침 병원 바로 맞은편에 '예스밥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뛰어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들어가보니 내가 평소 관심있어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운영되는 식당이었다. 메뉴는 정식 하나로 정해져 있었는데 식단이 옆에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곧이어 나온 식단을 보니 잡곡밥에 10가지에 가까운 반찬이 나왔는데 남기지 않고 충분히 먹을 만치만 나오는 것이 깔끔하고 보기좋았다.
그렇게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계산하며 사장님께 식당에 대해 잠시 여쭤보니 "중년은퇴자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독거노인들에게 매일 조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셨다. 참으로 의미있는 일 같았다.
나도 얼른 내 사업체가 성장해서 이런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실천하고 기부에도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식사 후 나는 형과 만나서 가까운 대형마트로 향했다. 2박 3일간 필요한 먹거리와 생활용품들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향한 장소는 옛날 내가 살았던 연산2동의 이마트였다.
오랜만에 들러니 왠지 반갑고 옛날 이곳에서 장을 보던 생각들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형과 나는 최대한 싼 가격에 물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가격표를 유심히 보며 각 코너들을 돌았다.
일단 음료수와 주류를 구입하고 기타 간식들을 카터에 실었다. 우리 예상으로는 한 3만 원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계산해보니 5만 원이나 나왔다. 의외로 우리가 많은 목록을 산 탓이었다. 암튼 우리는 채소와 과일류는 강원도 시장에서 싸게 사기로 하고 짐들을 차에 싣고 여행지로 출발했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 주소를 입력하고 우리는 그때부터 열심히 승용차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의 관건은 '날씨'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더니 목요일에는 영동, 영서 두곳다 비가 내리고 금요일에는 춘천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들의 목적지도 강원도 영서지방인 '횡성'이기에 '아무래도 동해안쪽 구경은 힘들겠다.' 생각을 하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밀양을 막 지날무렵 갑자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결국 올 것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 터널을 지나고 나니 더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국지성 호우가 우리가 횡성으로 향하는 내내 여러번 반복됐다.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들런 휴게소는 '치악산휴게소'였다. 형과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 커피 한 잔씩을 나눴다. 휴게소에서 바라본 안개로 자욱한 산새가 무척 장엄해보였다.
그뒤 우리는 계속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목적지에 접근해 있었다. 알고보니 형이 내가 잠자는 사이에 130킬로 이상을 밟은 것이었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예상 도착시간은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잠에서 깬 나는 도착시간 한 시간 전에 얼른 횡성의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곧 도착함을 알렸다. 그곳이 횡성IC였는데 선생님은 그곳에서 15분, 20분만 더 오면 된다고 했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하게 된 우리는 왠지 기분이 묘했다. 부산과 강원도가 언제부터 이렇게 가까웠나 싶어서 말이다.
최종 목적지인 '푸른새벽캠프장'으로 가는 길은 강원도의 정다운 시골풍경과 마주할 수 있었다. 넓은 벌판들이 곳곳에 보이고 푸르른 산야와 흐리지만 청명한 하늘이 우리들을 맞아주었다. 비가 내릴 것이라던 예상은 보기좋게 어긋나고 마치 하늘이 우리를 축복하는 듯 횡성입성은 상쾌하기만 했다.
우리는 곧 고속도로를 벗어나 산과 계곡을 낀 2차선 도로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지방도로 보이는 이 길은 굽이굽이져 있어 외따로 떨어져 자연과 한껏 어우러져 있을 캠프장을 기대케 했다.
이런 상상이 채 멈추기도 전에 우리는 목적지인 '푸른새벽캠프장'에 도착했고 주인장 선생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리는 선생님과 잠시 인사를 나누고 방갈로에 짐을 풀고 2박 3일의 여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형과 나는 부산에서 5만 원어치의 시장을 봐 왔지만 싸고 싱싱한 것들을 사기 위해 채소와 과일은 횡성에서 사기로 했다. 일단 캠프장에서 다시 빠져나온 형과 나는 재래시장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시간이 늦어 시장이 문을 닫았는지 보이지 않아 주위의 도움을 받아 인근 킹마트에 들어갔다. 시골 한복판에 외따로 대형마트가 서 있는 것이 한편으로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고맙기만 했다. 이곳은 2박 3일 동안 우리가 횡성에 머물면서 유용하게 이용한 장소가 되었다.
야영장의 밤
야영장의 낮
겸용세를 내고 캠프장에서 사용 중인 계곡. 첫날 발가벗고 몸을 담궜는데 산중이라 무척이나 시원했다.
continue...
'인카네이션 >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을 찾아서 (1) | 2012.10.16 |
---|---|
2011년 11월 덕수궁 돌담길에서 YTN뉴스와 인터뷰하다! (0) | 2012.09.02 |
6월 23일 스토리 (0) | 2012.06.24 |
4.15 (0) | 2012.04.15 |
추억의 재해석 (1) | 2012.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