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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카네이션/story

'박제'가 된 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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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데이' 이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났다.

순간 멍했다. 허공에 손사래질을하며 기억을 더듬었는데도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단기기억상실'이라고 해야 할까? 잠시 멍청해진 기분이었다. 이 나이에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면 위험한데 덜컥 겁이 난다.

이런 내 기억력을 위해 나는 예전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물론 메모가 되기에 가능한 것들이 많고 젊은 사람도 건망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는데 어느날 내가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데 순간 몇 초간 멍해진다면...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대학원에서 어떤 강사분은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뇌가 활성화되고 있는 증거라 했다. 금세 잊어버려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뇌공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나도 한번 기억한 것은 잘 잊어버리지 않는데 일부러 무언가를 외워야 할 때는 참으로 난감함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지난주부터 컴퓨터 학원에서 포토샾과 일러스터 강의를 듣는 데도 그랬다. 강사는 진도대로 빠르게 나가는데- 앞에서 언급한 내용은 이미 안다는 전제 하에- 나는 도통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거였다. 그러다가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기도 했고 그런 내 자신이 난감해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기도 했다.

그런 나를 자책도 해보았고 '4년제 대학 거기다 대학원까지 공부한 놈이 지금 뭐하는 거냐! 고등학교만 나오면 다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사뭇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이번과 비슷한 기억은 이미 내가 고등학생인 시절부터 있었다. 그때도 나는 내 자신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지니고 있었다. 이상의 '날개'를 읽으면 나오는 첫 구절
"박제가 된 천재를 아시오"

이 대목에서 나는 왠지 모를 전율을 느꼈었다. 내 자신에 대해 나 스스로 묻고 결론내리기를 나는 일찌감치 '모' 아니면 '도'였던 것이다. 지극히 똑똑하거나 지극히 못나거나... 그런데 이상의 '날개'에 나오는 그 구절은 마치 그 시절 내 심정을 대변해주는 거 같았다. 나는 일찌감치 천재였는데 어느 한순간 박제가 돼 버렸다고...


이상이라는 작가도 사실 평론가들에게는 양극단의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정신병자 아니면 천재라는... 물론 현대 문학계에서는 거의 다 후자로 보지만 이상이라는 인물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그는 거의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미치광이, 정신병자로 취급받았다.

'오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등 해석하기에 너무나도 난해한 그의 시들.
상담에서 정신분석을 접하면서 나는 이상이 혹시 '자유연상기법'(free association method)으로 자신의 정신세계를 시로 나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었다. 자유연상기법은 정해진 주제 없이 지금 그순간 자신의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카우치에 누워 상담자에게 전달하는 상담기법이다.

그래서 자유연상기법에선 내담자의 의식은 물로니거니와 무의식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정신분석을 몇천 아니 몇백 시간 받으면 아마도 자신의 페르조나가 여과없이 벗겨지고 마치 알몸으로 놓여진 듯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이상으로 돌아가 만일 이상이 자신의 작품을 기록할 때 자유연상기법을 사용했다면 그는 작품을 쓰고자 어떤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할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의식, 무의식의 관념들이 불현듯 섬광처럼 밀어닦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마구 써내려갔을 가능성이 높다. 혹평가들의 '정신병자의 고백'이라느니 하는비아냥은 아마도 이상의 정신세계 특별히 무의식의 세계가 너무나도 남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9세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상은 건축을 공부했고 그림그리기 실력이 뛰어났다. 어쩌면 20대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갖가지 건축물과 그림조각들로 가득차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에 그가 태어났다면 그는 분명 정신분열증 환자로 분류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망원인은 지병인 폐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거기에 더해 정신분열증에서 비롯된 우울증 상태에서 과다 알콜섭취로 인한 자살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천재는 외로운 경우가 많다. 자신과 대화할 사람이 절대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 또한 외로움을 상당히도 잘 타는 편인데-물론 지금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만일 내가 천재여서 그런거라면 나는 나를 충분히도 위로해 주고 싶은 용의가 있다. 하지만 그런것이 아니라 또다른 이유들 때문이라면 나는 또 한번 실망하고 말 것이다. 

사실 이런 구분 자체가 웃기는 거다. 지극히 흑백논에 빠져있는 거니까. 천재 아니면 바보? 중간은 없는 것인가? 회색지대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왜 나를 그렇게도 중간상태에 끼워넣기는 싫고 오히려 바보취급하는 것이 더 쉬운 것일까?

나도 정신분석에 심취한 적이 있다. 1년여 정신분석적 치료도 받았다. 결과적으로 자아가 많이 강화됐고 내가 사용하는 여러 가지 방어기제들도 발견했다. 또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방어기제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더이상 분석하기를 포기했다. 내가 결코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과 정신분석같이 사람의 마음을 양파껍질 벗기듯이 파고드는 것은 결론적으로 헛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나서 말이다. 

그 이후부터 나에겐 '내려놓음'이 시작됐는데...
내려놓음... 내려놓음... 내려놓을 수록 더욱 충만한 것으로 채워지기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중 략)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금 무언가 부실해보이고, 나약해보이는 내 자신과 맞닦뜨려야 했다. 아직은 비운 것에 비해 채움이 부족하다. 비우고나서는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채우는 그것이 무엇인가가 바로 '그 사람'을 결정짓는다. 

거래처와 전화통화를 하며 문득 내게 떠오르지 않았던 단어는 무엇이 가로막고 있었던 것일까?
컴퓨터 강의시간에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봐야 했던 그 시간에 내 마음속을 잠시나마 채우고 있었던 것은 또 무엇이었을까?

"하하 박제가 된 한 청년을 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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