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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카네이션/story

애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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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훈은 오늘 기분이 많이 들떠 있었다. 미팅녀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전화로 연락해 드디어  만나기로 한  거였다. 장소는 신림동, 서울대 근처였다.  아침부터 시운은 옷맵시와 머리스타일에 나름 신경을 쓰고 사무실로 나왔다.

사무실로 들어오기 전 시훈은 반납기한이 지난 책을 가지고 도서관을 찾았다가  대출도서관이 다른곳임을 알고 뒷통수를 긁적이며 동네로 되돌아왔다. 그리곤 일주일 접질런 발목에 침을 맞기 위해 한의원을 찾았는데 손님들이 너무 많아 그곳에서 두 시간을 소비하고말았다.

그러고 사무실에 들어서니 관리자가 팩스왔다고 귀뜸해준다. 어제 주문들어왔던 인터넷 서점의 재주문이었다. 기쁘고 반가운 일이었다.

시훈은 오전에 이미 대형서점 주문건 처리하고 오는 중이었는데 책이 나름 잘 나가고 있어 기뻤다. 그렇게 사무실에 앉아 데이트 시간을 기다리는데... 막상 시간이 다 되기를 기다리니 생각보다 시간이 더디게만 느껴졌다. 사무실에서 그다지 일거리가 없어 더 그런 거 같았다.

시훈은 5시쯤 사무실을 나서기로 하고 미팅녀와 확인문자를 서로 주고받았다. 장소는 신림역 4번출구. 사무실을 빠져나오기 전 책 서평이벤트 관계자와 통화하고 얼른 자리를 정리하고 나왔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신림동역은 지하철 거리상으로 꽤 가까웠다. 근데 환승해서 가야하는 터라 7호선 타고 또 2호선 갈아타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었다. 이리저리 길을 살피며 대림역에 내리니 새로운 지하철 휴식 공간도 보이고 나름 구경할 것들이 있었다. 삼삼오오 대형브라운관 앞에 모여 앉아 있는 사람들이 신기해 보였다.

시훈은 눈사진을 찍으며 그렇게 신림역행 지하철을 탔다. 신림역에 도착하니 약속시간 6시보다 10여 분 이른 시간이었다. 혹시나 주위를 살피니 한 낯선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멀리서 살펴보는데 나이가 다소 들어 보였다. 순간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 저여자... 온라인으로 확인한 것과 좀 다른데...'하며 스마트폰 통화버튼을 시험삼아 눌러보았는데 다행히도 미팅녀는 지금 막 장소에 다다르고 있다고 했다.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시훈은 지하철을 빠져나오며 챙겨나온 무가지 신문을 급히 넘기며 보다가 저만치서 그를 향해 반짝이는 두 눈빛이 다가오고 있음을이 느껴졌다. 온라인상에서 확인했던 바로 그 미팅녀였다. 그런데 첫인상이 그다지 밝지가 못했다. 무언가 고민하다 온 사람처럼. 전화통화로 대화를 나눌 땐 너무 잘 웃어서 성격이 무척 활발한 사람처럼 느껴졌었는데 첫인상은 무언가 굳어 있었다. 

그럴려니 하고 시훈은 얼른 미팅녀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녀를 가까운 식당으로 안내했다. 마침 횡단보도 건너편에 쇼핑단지가 있어 그곳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가며 시훈이 "한 번에 나를 알아봤냐"고 묻자 미팅녀는 "사진 그대로시네요"라고 한다. 

사실 시훈은 사진으로만 봤던 그녀의 환한 얼굴과 지금의 모습에서 왠지 올라오는 괴리감을 애써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사진으로 확인했던 그녀의 환한 미소와 온화한 눈빛, 그리고 전화상으로 들려왔던 환한 웃음소리를 시훈은 얼른 재확인하고 싶었다. 

이어 둘은 비빔밥을 전문으로 하는 한식당엘 들어갔다. 풍경이 좋은 창가쪽으로 앉아 둘다 전주비빔밥을 시켰다. 
미팅녀는 뜨거운 거랑 매운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그녀가 과거 위염으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실은 시훈 또한 과거 오랫동안 위염으로 고생한 이력이 있어 그런 그녀를 충분히 공감해주며 일종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블로그 보니까 해외에 많이 다니셨더라고요?"
"네 미국에 언니가 있어서 미국에 잠시 갔었고 유럽쪽은 성지순례 다녀온 거에요"
"아 그렇군요, 저는 얼마전에 중국 다녀왔는데 나중엔 유럽에 꼭 한번 가고 싶어요"

둘은 여행담에서부터 화제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훈은 곧 작년을 떠올리며 엄청 고생한 이야기와 마지막에 하늘의 축복으로 돈 한 푼 안 들이고 일본에 다녀온 스토리를 그녀에게 전했다. 그녀는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시훈의 능력을 칭찬했다. 미팅녀는 결국 시훈의 인생스토리보다 능력을 가늠하고 있었던 것일까?

밥먹으면서 이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아직 둘 사이의 친밀도를 높여주기에는 부족했다. 시훈은 밥 먹으면 당연히 커피숍에 가서 좀더 진지한 이야기들을 이어나갈 예정이었다. 그렇게 여행담에서부터 시작해 가족사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한 시간 정도가 금세 흘렀다. 

시훈은 주활동 무대가 아닌 신림동에서 그녀를 어떤곳으로 안내해야 될지 잠시 고민하다 이내 커피숍가서 더 대화 나누자며 그녀를 이끌었다. 

7층에서 다시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둘은 11월의 상쾌한 밤공기를 마시며 걷기 시작했다. 물론 시훈은 나오자마자 이리저리 좋은 커피숍이 어디에 있나를 찾아헤메기 시작했다. 어쩌면 미팅녀가 이 동네에 살기 때문에 지리를 자신보다 더 잘 알지도 모른다는 다소의 불안감을 떨쳐버리려고 얼른 꽤 괜찮은 커피숍이 두 눈의 렌즈에 찍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좀 걷자고 한다.

"걷는 거 좋아하세요?"
"네"
"이 동네 지리는 상희씨가 훨씬 잘 아시겠네요"
"아뇨 저도 잘 몰라요"

갑자기 걷자는 그녀의 말에 시훈은 자신의 계획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못해 잠시 그녀의 속마음이 무얼까를  고민했다. 

'분명 잠시 걷자는 것은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인데...'

행여나 모를 불길한 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차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시훈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서른 중반에도 아직도 낯을 많이 가리는 시훈은 CS업무를 한다는 그녀에게 물었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시는 걸 좋아하시봐요?"
"네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순간 갑자기 왠 낯선번호가 찍힌 전화가 시훈에게 걸려왔다. 엉겁결에 시훈은 얼른 전화기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그런데 상대방에게선 생각지도 못한 언어가 나오고 있었다.
"hello, good evening"
"..."

그러고 보니 시훈은 며칠전에 전화로 영어회화 수업을 신청한 것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영어회화 강사는 정직하게 정해진 시간에 시훈의 데이트와는 상관없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 아직 영어회화가 서툰 시훈은 외국인 강사가 계속 영어로 이야기하자 몇 마디로 얼버무리다가 순간 미팅녀가 의식돼 갑자기 당황스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미팅녀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통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장소는 신림동 길거리 한복판. 지나치는 사람들의 소리와 자동차 소리 등으로 외국인 강사의 말소리를 더욱 알아듣기 힘들었다. 눈치를 살피던 시훈은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옆 건물의 빈 공간으로 들어갔다. 수업이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닌지라 미팅녀에게 금세 갈 거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시훈은 영어강사에게도 지금 여자와 데이트 중이라며 은근 자랑을 했다. 영어강사가 수업에 대해 질문해 오는 것에는 그다지 집중이 되지 않아 자신도 무어라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횡설수설했다. 그렇게 10여 분 뒤에 시훈은 얼른 길거리로 뛰쳐 나왔다. 

하지만 당연히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미팅녀는 눈앞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찾아 마구 걷다가 전화를 걸었는데도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미팅녀가 그만 집으로 돌아가버린 것을 눈치 챈 시훈은 순간 두 어깨가 축 처져버렸다. 

'왜 하필 그순간에 전화가 와 가지고 사람 난감하게...'
시훈은 괜한 불평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도 여자의 속마음을 잘 모르는 시훈은 괜히 미팅녀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자주 이랬다. 시훈은 여자에 대한 심리를 상담식으로는 충분히 잘 이해하고 공감했다. 하지만 이성으로 만날 때는 여러번의 실수를 경험하곤 했다. 자신이 상담학에서 배운 이론과 실제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평소 자신이 배운 상담학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경우가 많은 시훈은 또한번의 실패를 맞보게 된 것이다. 


2
미련은 한동안 시훈을 괴롭혔다. 이제 서른 중반에 노총각을 넘어 올드보이로 향해가고 있는 나이인지라 시훈은 순순히 물러설 수만은 없었다. 물론 미팅녀가 시훈에게 제법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시훈은 자기 전 결심을 했다. 내일부터 한동안 매일 아침 그녀에게 달콤한 사랑메시지를 보내서 그녀의 마음을 되돌려 놓겠다고. 시훈이 그러한 결심을 한 데에는 과거 절친들이 자신에게 조언해줬던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자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왔기 때문이다. 

"난 네 번이나 거절당했는데 계속 잘해주고 챙겨주고 고백하고 나서 사귀게 된거야"
"여자를 얻으려면 여자의 종이 돼야 돼,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어. 계속 잘해주면서 상대의 마음을 얻을 때까지 두드려야 해"

이런 친구들이 결혼성공담이 머릿속에서 자유유영하자 시훈은 곧 '나는 아직 그만큼은 안해봤잖아 용기를 내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까짓 문자 그래 한 달동안 한번 지겹도록 보내보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어'

그렇게 시훈은 매일마다 자기 전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다 혼자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이 깨서는 바로 스마트폰을 쥐고서 그녀의 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나의 보석, 나의 올리비네, 당신은 시들지 않는 백합화'

시훈은 나름 시인처럼 정성을 담아 문구를 쓰고서 전송버튼을 눌렀다. 제발 이 문자가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움직이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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