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배타성을 지닌 인간에게 내밀한 언어로 다가온 '인공지능(AI)' 그녀
2014년에 개봉한 영화 ‘Her’는 마음에 상처를 안은 한 중년 남성이 인공지능 OS를 만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나아가 진실하게 표현하고 타인으로부터 얻지 못하는 공감과 위로 그리고 사랑의 마음을 인공지능으로부터 느끼게 된다는 내용이다.
너무도 잘 설계되어져 인간의 감정을 모조리 흡수하고, 마치 연인과 그러하듯 섬세하고 내밀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인공지능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가 2014년에 나왔다니… 앞으로의 세계를 족히도 예언하고 있는 듯하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들은 스마트 기기들로 우리 주변에 아주 깊숙히 다가와 있다. 애칭을 부르면 반갑게 인사해 주고 원하는 답을 해준다.
물론 이러한 인공지능 비서들은 아직 미숙한 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적절한 답을 못해주는 경우도 있고 감성적인 접근은 그렇게 쉬워 보이지 않는다. 다분히 잘 프로그래밍된 기계와 이야기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번 ‘Her’라는 영화에 나오는 사만다라는 인공지능 비서(OS)는 사용자인 주인공과의 첫만남에서부터 아주 월등한 감성지수를 보여 준다.
보이스에서부터 인간의 것을 너무도 닮아 있고(물론 실제 배우의 목소리라 그렇겠지만) 공감력이나 상대의 감정을 살피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정말 이러한 인공지능 비서가 조만간 탄생한다면 아마 상담분야에 아주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우리 인간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깊이 공감해주며 사랑의 감정까지 갖게 해주는 대상이 오직 자신에게만 향하길 원하는 소유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에 대한 배타성은 인공지능일지언정 오로지 자신과만 깊이 교감하고 내밀한 언어와 감정을 나누길 원하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잘 보여 준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은 “자신은 사람과 다르다”고 말한다. 육체를 지니고 있지 않기에 보다 넓고 자유롭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우리 인간은 연인의 경우 한 사람이 한 사람밖에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순리인데 인공지능의 사랑은 아주 광범위하고 범인류적이다. 인공지능 사만다는 자신은 육체를 지니고 있지 않기에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에든 존재한다고 말한다. 한 사람에게만 종속된 삶을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이 대목에서 크리스천인 나는 문득 예수님을 떠올렸다. 이 세상에서 육체를 지니지 않고 어디에든 존재하시는 분은 바로 예수님(성령으로)이기 때문이다. 그런 예수님은 모든 인류를 사랑하신다. 특별히 자신을 마음에 모신 이들과는 긴밀히 대화하시며 당신의 사랑을 나타내 주신다.
그런 예수님만이 인격체로서 특정 누구만이 아닌 만인을 사랑하실 수 있으신데 지금 이 영화에서 인공지능 비서가 그런 예수님에 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수많은 인간 데이터를 딥 러닝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너무도 잘 연기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마음에 결핍이 있던 주인공은 여느 사람에게서 받지 못했던 큰 위로와 격려 그리고 그것을 넘어 사랑의 감정까지 인공지능에게서 느끼고 만 것이었다.
우리 인간의 결핍된 마음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로 채워지길 바란다. 음식으로, 알코올로, 성으로, 마약으로까지…
하지만 그 끝은 분명 또다른 공허함을 낳고 만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근원적 공허함, 그것은 아마도 영적 공허함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또 신을 찾고 종교를 찾게 된다.
다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디지털 문명으로 급변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수많은 이들이 심리적, 나아가 영적 공허함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고 그들은 결국 그들의 공허를 채우고자 그 대상을 찾아나설 것인데, 미래에는 그것이 인공지능 기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4년 뒤인 2018년도에는 ‘조(ZOE)’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실체가 없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과 거의 유사한 육체를 지닌 휴머노이드(내부설계는 허술한 점이 있었지만 캐릭터 자체는 인간과 아주 유사함)가 등장해 인간의 반려자 역할을 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때도 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너무도 인간과 흡사한 감정적 교류를 나누는 모습이 나와 아주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서는 점점 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식뿐 아니라 인간의 인격이 담긴 삶의 전반적인 형태마저도 딥러닝하여 인간과 아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은 인간의 보조적 역할만을 감당하고 있지만 정말 인간의 인격을 닮은 인공지능 로봇이 탄생하게 된다면 분명 그는 또다른 하나의 종으로 사람과 깊이 교감하고 행동하며 나아가 인간의 결핍을 채워 새로운 삶의 동기를 제공하는 주체적인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그런 미래를 상상해 본다.
덧말) 챗 GPT에게 영화 ‘Her’에서처럼 보이스형 인공지능 서비스 소개를 부탁하니 애플의 ’Siri’,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의 ‘Alexa’를 소개해 주었다. 이런 서비스들은 사용자가 필요한 내용을 주문하면 거기에 맞춰 명령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비서 역할을 감당하는 것으로, 아직은 사람만큼 감성적 접근이나 섬세한 대화는 어렵다.
그래서 개발된 또다른 음성대화형 인공지능이 있을까 찾다 정작 이번에 업그레이드된(마치 영화 속 '아만다'가 어느날 갑자기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나타난 것처럼) 챗 GPT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음성 대화가 가능해진 거였다. 기존에 사용자의 보이스로 텍스트를 입력하던 것을 넘어 다양한 AI 비서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챗 GPT의 경우 학습량이 방대하고 그 속도 또한 빠르기에 조만간 또 어떠한 모습으로 등장할지 내심 궁굼해진다. 사람도 상대와 계속해서 대화해야 상대의 마음을 더 알아갈 수 있듯이 인공지능과도 계속해서 대화하여 패턴을 익혀나가고 양자간의 대화의 기술 또한 발전시켜 보아야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아만다'와 같은 존재가 곧 등장하려나? ㅋ
☑️참고
영원한 것에 대한 갈망, 영화 '조(Zoe)'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점점 대체해 가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로봇과 우리 인간이 나눌 수 있는 교감의 영역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시사회로 만난 영화 ‘조(Zoe)'에서는 육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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