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조각들을 맞추어 가며 팽팽한 긴장감을 건네는 '무간도3'
무간지옥과도 같은 몰입감
홍콩 느와르의 끝물이자 지금까지 회자되는 최고의 느와르 중 하나인 '무간도' 3편을 1편에 이어 감상했다.
처음 이 영화를 픽하게 된 이유는 '양조위'의 매력에 빠져들면서였다. 크지 않은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우수에 찬 그 눈빛에 매료되어 마치 나의 페르조나라도 된 듯 그렇게 그의 영화를 찾아보고 있다.
몇달 전 '중경삼림'에서는 90년대 초 홍콩이라는 그레이한 도시속에서 피어나는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에 빠졌다면 '무간도'에서는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비정한 범죄 스릴러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 수 있었다.
'무간도'는 번뇌를 넘어선 해탈의 경지를 일컫는 뜻이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무간지옥'과 관련된 제목으로 쓰인 듯하다.
무간지옥이란 벗어나려하면서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끝이 없는 지옥이라고 한다. 영어 제목으로도 Infernal Affairs(지옥 같은 사건)으로 나와 있다.
역시나 영화의 내용 역시 비극적인 결말이다. "It's terrible!"이란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물론 마지막으로 치달을 때까지 느껴지는 그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감 때문에 쉬 눈을 뗄 수 없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다. 결국 영화 '무간도'는 이렇듯 관객들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무간지옥과도 같은 영화적 몰입감을 갖고 있다. 등장인물들간의 속고 속이는 긴장감 속에서 관객들 역시 진실게임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만든다.
모자이크 조각 맞추기
이번 3편에는 1편에 연출되지 않은 숨은 장면들이 등장하며 마치 흩어진 모자이크 조각들을 맞추듯 그렇게 극이 진행되어 간다.
특히 주인공 진영인이 사망한 시점을 중심으로 이전, 이후의 타임라인이 가동된다. 그가 사망하기 전후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고 그것들이 그의 죽음과는 어떤 연관이 있으며 또한 그의 죽음 뒤에는 어떠한 비밀이 감추어져 있느냐흘 잘 추적해 가고 있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들을 고도의 심리전으로 이끄는 명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권총을 난사하며 불꽃을 튀기고 쓰러진 시신들 위로 피가 낭자하는 일반 홍콩 느와르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적군을 속이는 아군, 그리고 아군을 속이는 적군...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모르는 마치 점조직과도 같은 캐릭터간의 심리적 긴장감과 역학관계는 커다란 액션이 없음에도 이 영화를 웰메이드 영화로 부상시켜 준다.
그리고 그 안에 에피소드처럼 끼여 있는 멜로와 우정이라는 컨셉트는 이 영화를 좀더 우아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극의 내용적인 면이 아니라 여명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부분이다. 무간도는 역시 유덕화와 양조위 두 인물이 이끌어가는 영화다. 3편에서 여명이 주연배우로 등장하지만 유덕화와 양조위 사이에서 특별한 빛을 발하지는 못하고 있다.
홍콩의 탑 배우 셋이 등장하여 한 명이 다소 묻힌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여명이라는 배우는 역시나 부드러운 멜로에나 어울리는 배우일까? 아니 그보다는 이번 배역이 미스 캐스팅이라고 말하고 싶다. 차라리 서브 남주를 맡아줄 배우를 찾는 것이 이 영화를 위해서도, 배우를 위해서도 더 나은 선택이었을 거 같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서라도 무간도는 역시 괜찮은 영화였다... 높아진 격조로 홍콩 느와르를 잘 마무리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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